말레이시아에 살다, 잊고 있던 나를 다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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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나는 말레이시아를 ‘살아보겠다’고 마음먹기 전까진 이 나라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고작해야 “동남아시아의 따뜻한 나라”, “페낭이 맛있다더라” 정도. 그런데 짐을 싸서 이곳에 내려앉아 보니, 단순히 날씨만 따뜻한 곳이 아니라 마음까지 느슨하게 풀어주는 힘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처음 몇 달은 낯설고 버거웠지만, 지금은 이 느린 공기가 낯선 게 아니라 편안하다.

첫 번째 장면: 공항 문을 열자마자 맞은 ‘시간의 속도’

KLIA 공항에서 나왔을 때, 공기는 묘하게 점성이 있었다. 조금 끈적이고, 무겁고, 하지만 기분 나쁘지 않은 그런 공기. 그리고 사람들의 걸음이 눈에 들어왔다. 모두가 뭔가를 향해 가고 있지만, 그 속도가 내가 살던 도시의 절반쯤 되는 것 같았다. 그 순간, 문득 깨달았다. 이곳에서 나는 ‘빨리’가 아니라 ‘지속’을 배워야겠구나.

말레이시아에서의 생활은 늘 그렇다. 택시를 불러도, 음식이 나와도, 서류 처리가 진행돼도 예상보다 조금 더 시간이 걸린다. 한국에서는 그게 짜증으로 느껴졌겠지만 여기서는 이상하게 마음이 급하지 않다. 느림에는 이유가 있고, 그 속도에는 사람들의 생활 리듬이 녹아 있다.

현지에서 ‘산다’는 건 결국 습관을 바꾸는 일

말레이시아에서 살아보며 배운 건, 삶을 구성하는 건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작은 습관이라는 거였다. 아침마다 집 앞 마켓에서 과일을 고르는 일, 오후 3시쯤이면 내려앉는 스콜(소나기)을 피하려고 조금 일찍 집에 돌아오는 일, 주말이면 쇼핑몰 대신 호커센터(노상 음식시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 이런 반복들이 쌓여서 어느 순간 나는 ‘여기 사람’이 되어 있었다.

특히 음식이 그렇다. 처음엔 향신료 냄새가 강해 고개를 돌리던 나였지만 지금은 나시 르막 한 접시와 테 타릭 한 잔이 하루를 완성한다. 음식은 단순히 입맛을 바꾸는 게 아니라, 사고방식도 바꾼다. 조금 느긋해지고, 조금 더 열린 마음이 된다.

문화 충격이라고 부를 만큼 다르진 않지만, 은근히 다르다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다양성’이다. 다른 종교, 다른 언어, 다른 문화가 공존한다는 말은 어디서나 듣지만, 여기서는 그게 실제 생활이다. 어느 날은 모스크에서 기도하는 사람들을 보며 길을 멈추고, 또 어느 날은 힌두 사원의 축제에 우연히 합류한다. 그들이 다르다는 이유로 벽을 세우지 않는다. 오히려 그 다름을 즐긴다.

그리고 그런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 다양성은 피상적인 슬로건이 아니라, 일상 속의 연습이라는 걸.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때로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나라가 가진 진짜 매력이다.

생활비, 생각보다 낮지만… 중요한 건 ‘감각’

많은 사람들이 말레이시아 생활을 고민할 때 가장 먼저 묻는 건 비용이다. 월세는 어느 정도인지, 식비는 얼마나 드는지, 교통비는 어떤지. 물론 이런 정보는 중요하다. 대략적인 지표를 확인하고 싶다면 이런 자료들이 도움이 된다: Numbeo 생활비 지표, Expatistan 비교 데이터.

하지만 실제로 살아보면 숫자보다 중요한 건 ‘감각’이다. 한국에서 외식을 줄이던 사람이 여기서는 더 자주 외식을 한다. 교통비를 줄이기 위해 대중교통을 타는 대신, 저렴한 그랩(택시 앱)을 탄다. 월세도 중심가를 벗어나면 훨씬 저렴하다. 결국 숫자가 아니라, 내가 어떤 생활 방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지출이 달라진다.

커뮤니티, 예상보다 훨씬 따뜻하다

외국에서 살다 보면 늘 외로움이 문제다. 그런데 말레이시아에서는 그 외로움이 생각보다 빨리 녹았다. 현지인들은 외국인에게 비교적 개방적이고, 한국인 커뮤니티도 활발하다. 한-말 교류 행사는 물론이고, 한국 음식점, 학원, 교회, 동호회까지 다양하다.

특히 아래 두 기관은 처음 정착할 때 큰 도움이 된다:

이곳에서 제공하는 정보만 잘 활용해도 초반의 시행착오를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

비자와 체류 – “공식 정보 먼저”는 진리

비자나 장기 체류 관련 제도는 자주 바뀐다. 특히 취업, 창업, MM2H(말레이시아 장기 체류 프로그램) 같은 항목은 매년 조금씩 조건이 다르다. 그래서 반드시 공식 정부 사이트나 대사관에서 최신 정보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예: 주한 말레이시아 대사관(서울) / 말레이시아 이민국 공식 사이트

일과 기회: 아시아의 ‘조용한 허브’

쿠알라룸푸르는 생각보다 많은 기업이 모여 있다. 스타트업과 글로벌 기업이 교차하는 도시다. 세금 구조도 비교적 유연하고, 영어 사용이 보편적이라 사업을 시작하거나 확장하기에 유리하다. 특히 IT, 관광, 교육, 물류, 핀테크 분야에서 한국인 전문가와 기업의 진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관련 기사 참고: The Edge Malaysia 경제 뉴스

내가 이곳에서 배운 것: ‘계획’보다 ‘과정’

말레이시아에서의 삶은 매일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버스가 늦고, 비가 갑자기 쏟아지고, 식당이 문을 닫는 일도 많다. 처음엔 그런 예측 불가능함이 답답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게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중요한 건 계획을 세우는 게 아니라,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조율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게 이곳에서 내가 얻은 가장 큰 교훈이다.

작별 인사 같은 마무리

말레이시아는 나를 더 부드럽게 만들었다. 일에 쫓기던 내 삶에 여백을 주었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다름을 즐기게 만들었다. 여행자로서의 말레이시아는 아름다웠지만, ‘삶의 공간’으로서의 말레이시아는 훨씬 깊고 따뜻하다.

혹시 지금 이곳으로 떠날까 말까 고민하고 있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완벽한 준비는 필요 없다. 마음 한 조각만 들고 와도, 이곳은 천천히 품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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